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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공식품과 장내 미생물, 연구가 보여 주는 것과 아직 모르는 것

‘가공식품’과 ‘초가공식품’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초가공식품이 무엇인지, 그리고 장 속 미생물과 몸 전체에 대해 연구가 지금까지 확인한 것과 아직 확인하지 못한 것을 나눠 봅니다.

채소·달걀·현미·요구르트와 포장 과자·캔음료·컵라면·소시지를 나눠 놓은 식탁

핵심 정리

  • 초가공식품은 식품을 가공 정도와 목적에 따라 네 그룹으로 나누는 NOVA 분류의 마지막 그룹으로, 가정 부엌에서 거의 쓰지 않는 재료나 첨가물로 만든 제품을 말합니다.
  • 관찰 연구를 모은 2024년 BMJ 우산 리뷰에서 초가공식품 섭취가 많을수록 심혈관 사망, 제2형 당뇨병, 불안·우울 등 여러 건강 문제와 연관이 있었습니다. 다만 연관이 곧 원인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 입원 환자 대상 무작위 연구에서는 초가공 식단을 먹을 때 하루 약 500kcal를 더 먹었습니다.
  • 유화제가 장내 미생물을 바꾼다는 근거는 주로 동물 연구에서 나왔고, 사람 연구는 아직 규모가 작습니다.

초가공식품이란 무엇인가

초가공식품이라는 말은 브라질 상파울루대학 연구진이 만든 NOVA 분류에서 나왔습니다. NOVA는 식품을 영양소가 아니라 ‘얼마나, 어떤 목적으로 가공했는가’로 나눕니다. 첫째 그룹은 채소, 곡물, 우유처럼 가공하지 않았거나 최소한으로 가공한 식품, 둘째는 기름·소금·설탕처럼 요리에 쓰는 재료, 셋째는 통조림이나 치즈처럼 둘째 그룹 재료를 첫째 그룹 식품에 더한 가공식품, 넷째가 초가공식품입니다.

마트 진열대 앞에서 포장 식품 뒷면의 원재료 목록을 보는 손
원재료 목록에 집에서 쓰지 않는 첨가물이 있는지가 구별의 단서입니다.

연구진이 제안한 구별법은 단순합니다. 원재료 표시에 가정 부엌에서 거의 쓰지 않는 재료(고과당 옥수수시럽, 경화유, 가수분해 단백질 등)나, 맛과 겉모습을 위한 첨가물(향료, 향미증진제, 색소, 유화제, 감미료, 증점제 등)이 하나라도 있으면 초가공식품으로 봅니다. 탄산음료, 포장 과자, 소시지 같은 재구성 육가공품, 인스턴트 라면과 수프 등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관찰 연구가 말하는 건강과의 연관

2024년 BMJ에 실린 우산 리뷰는 약 990만 명이 포함된 메타분석 45건을 다시 평가했습니다. 초가공식품 섭취가 많을수록 심혈관 질환 사망, 제2형 당뇨병, 불안과 흔한 정신 질환의 위험이 높았고, 이 연관은 ‘확실한 근거’ 등급으로 분류됐습니다. 전체 사망, 비만, 수면 문제 등도 ‘매우 시사적’ 등급이었습니다.

다만 대부분 관찰 연구여서, 초가공식품이 직접 원인인지 아니면 이런 식품을 많이 먹는 생활 방식 전체가 반영된 것인지는 가려내기 어렵습니다. 같은 리뷰에서도 근거의 질(GRADE)은 대부분 ‘낮음’이나 ‘매우 낮음’이었습니다.

통제된 실험에서 보인 것

원인을 확인하려면 실험이 필요합니다. 2019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성인 20명을 연구 병동에 입원시키고 초가공 식단과 비가공 식단을 2주씩 번갈아 제공했습니다. 두 식단은 제공 열량, 에너지 밀도, 당, 나트륨, 식이섬유 등을 맞췄고, 참가자는 원하는 만큼 먹었습니다.

초가공 식단 기간에 참가자들은 하루 평균 약 508kcal를 더 먹었고 체중이 약 0.9kg 늘었습니다. 비가공 식단 기간에는 약 0.9kg 줄었습니다. 영양 성분표가 비슷해도 먹는 양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 연구입니다. 다만 참가자 수가 적고 기간이 짧으며, 왜 더 먹게 되는지는 이 연구로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장내 미생물과 첨가물

대장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살며, 장 표면은 점액층으로 덮여 있어 대부분의 세균이 장 세포와 거리를 둡니다. 연구자들이 주목한 것은 초가공식품에 흔히 쓰이는 유화제입니다.

2015년 Nature에 실린 생쥐 연구에서 카복시메틸셀룰로스(CMC)와 폴리소르베이트80을 비교적 낮은 농도로 먹인 생쥐는 미생물 구성이 바뀌고 세균이 점액층 안쪽으로 파고들었으며, 저등급 염증과 대사 이상이 나타났습니다. 무균 생쥐와 분변 이식 실험에서는 이 변화가 미생물을 통해 일어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람에서는 2022년 건강한 성인 16명을 대상으로 11일간 통제 식단을 제공한 연구가 있습니다. CMC를 하루 15g 넣은 식단을 먹은 7명은 식후 복부 불편감이 조금 늘고,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줄었으며, 단쇄지방산이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표본이 매우 작고 첨가량도 일상 섭취와 다를 수 있어, 일반적인 식사에서 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직 모르는 것

  • 초가공식품의 어떤 요소(첨가물, 낮은 식이섬유, 빠른 섭취 속도, 높은 에너지 밀도)가 건강 연관의 주된 원인인지는 아직 분리되지 않았습니다.
  • 장내 미생물 변화가 사람의 질병으로 이어지는 경로는 대부분 동물 연구와 연관성 연구에 기대고 있습니다.
  • 인터넷에서 흔히 보이는 ‘미생물 다양성 40% 감소’ 같은 수치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반대 방향의 실험도 있습니다. 2021년 스탠퍼드대학의 무작위 연구(17주)에서 발효식품을 많이 먹은 그룹은 장내 미생물 다양성이 꾸준히 늘고 염증 지표가 낮아졌습니다. 식이섬유를 늘린 그룹에서는 다양성이 그대로였습니다. 그룹당 18명 규모의 연구여서 더 큰 연구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염증에 대해서는 만성 염증 글에서 따로 다룹니다.

장보기에서 쓸 수 있는 기준

모든 초가공식품을 똑같이 볼 필요는 없지만, 식사의 기본을 가공이 적은 식품으로 두는 것은 여러 연구 결과와 어긋나지 않습니다. 원재료 표시를 보고 부엌에서 쓰지 않는 재료나 첨가물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NOVA 연구진이 제안한 가장 간단한 방법입니다. 소화기 증상이 계속되거나 체중이 이유 없이 변한다면 식단을 바꾸기 전에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채소, 달걀, 김치, 요구르트, 곡물이 담긴 장바구니
가공을 덜 거친 재료와 발효식품 위주의 장보기.

자주 묻는 질문

가공식품과 초가공식품은 어떻게 다른가요?

가공식품은 통조림이나 치즈처럼 원재료에 소금·기름·설탕 등을 더한 것입니다. 초가공식품은 가정에서 쓰지 않는 재료나 향료·유화제·감미료 같은 첨가물로 만든 제품으로, NOVA 분류에서 따로 구분합니다.

초가공식품을 먹으면 장내 미생물이 바로 망가지나요?

그렇게 단정할 근거는 없습니다. 일부 유화제가 미생물을 바꾼다는 결과는 주로 생쥐 연구에서 나왔고, 사람 연구는 16명 규모의 11일 실험 정도입니다.

초가공식품인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원재료 표시를 확인합니다. 고과당 옥수수시럽, 경화유, 가수분해 단백질 같은 재료나 향료, 색소, 유화제, 감미료, 증점제 같은 첨가물이 하나라도 있으면 NOVA 기준으로 초가공식품에 해당합니다.

참고 자료

  1. Monteiro CA, Cannon G, Levy RB, et al. Ultra-processed foods: what they are and how to identify them. Public Health Nutr. 2019
  2. Lane MM, Gamage E, Du S, et al. Ultra-processed food exposure and adverse health outcomes: umbrella review of epidemiological meta-analyses. BMJ. 2024
  3. Hall KD, Ayuketah A, Brychta R, et al. Ultra-processed diets cause excess calorie intake and weight gain: an inpatient randomized controlled trial of ad libitum food intake. Cell Metab. 2019
  4. Chassaing B, Koren O, Goodrich JK, et al. Dietary emulsifiers impact the mouse gut microbiota promoting colitis and metabolic syndrome. Nature. 2015
  5. Chassaing B, Compher C, Bonhomme B, et al. Randomized controlled-feeding study of dietary emulsifier carboxymethylcellulose reveals detrimental impacts on the gut microbiota and metabolome. Gastroenterology. 2022
  6. Wastyk HC, Fragiadakis GK, Perelman D, et al. Gut-microbiota-targeted diets modulate human immune status. Cell.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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