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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 염증이란? 꺼지지 않는 낮은 불씨

염증은 몸을 지키는 반응입니다. 그런데 같은 반응이 낮은 강도로 오래 이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만성 염증이 무엇이고 어떻게 측정하며, 연구가 어디까지 확인했는지 정리합니다.

검사실에서 혈액이 담긴 채혈관을 시험관 꽂이에 꽂는 장갑 낀 손

핵심 정리

  • 급성 염증은 감염이나 상처에 대한 짧고 뚜렷한 방어 반응이고, 만성 염증은 뚜렷한 증상 없이 낮은 강도로 오래 이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 연구자들은 만성 염증이 심혈관 질환, 당뇨병, 만성 콩팥병, 지방간 질환, 신경 퇴행 질환 등과 관련된다고 봅니다.
  • 흔히 쓰는 지표는 간에서 만드는 C반응성 단백(CRP)이며, 염증이 얼마나 있는지는 알려 주지만 어디에서 왜 생겼는지는 알려 주지 않습니다.
  • 염증을 낮추는 것이 질병을 줄이는지는 일부 임상시험에서만 확인됐고, 그 경우에도 대가가 있었습니다.

급성 염증과 만성 염증

손을 베이면 상처 주변이 붉어지고 붓고 열이 납니다. 감염이나 조직 손상이 생기면 백혈구와 혈장 단백질이 그곳으로 모여 병원체를 막고 손상을 정리하는데, 이것이 급성 염증입니다. 짧게 일어났다가 가라앉으며, 살아남는 데 꼭 필요한 반응입니다.

쿠션 위에 올린 발목과 수건에 싼 얼음주머니
급성 염증은 붓고 아프고 뜨거운, 눈에 보이는 반응입니다.

만성 염증은 다릅니다. 염증 반응이 가라앉지 않고 낮은 강도로 오래 이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급성 염증처럼 눈에 띄는 신호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를 ‘전신성 만성 염증’ 또는 ‘저등급 염증’이라고 부릅니다. 면역학자 루슬란 메지토프는 감염이나 상처가 아니라 조직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제 기능을 못 할 때 생기는 중간 단계의 반응을 ‘준염증(para-inflammation)’으로 설명했고, 이것이 현대인의 만성 질환과 관련된 염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왜 만성 염증이 주목받나

2019년 Nature Medicine에 실린 관점 논문에서 여러 분야 연구자들은 사회적·환경적·생활 요인이 전신성 만성 염증을 부추기고, 이것이 심혈관 질환, 암, 당뇨병, 만성 콩팥병,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자가면역 및 신경 퇴행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이 질환들은 전 세계 장애와 사망의 주요 원인입니다.

나이와의 관계도 연구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감염 없이도 낮은 강도의 염증이 이어지는 현상을 ‘염증 노화(inflammaging)’라고 부르는데, 연구자들은 몸속 손상된 세포 찌꺼기, 과잉 영양, 장내 미생물이 내는 물질 등이 이를 유지시킨다고 봅니다. 과식과 대사 질환에 따른 염증은 ‘대사 염증(metaflammation)’으로 따로 부르기도 합니다.

연구가 꼽는 원인

앞의 Nature Medicine 논문은 만성 염증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다음을 꼽았습니다.

늦은 밤 모니터 앞에 오래 앉아 있는 직장인
오래 앉아 있는 생활과 부족한 잠은 연구가 꼽는 원인에 들어갑니다.
  • 만성 감염
  • 신체 활동 부족
  • 좋지 않은 식사
  • 환경·산업 유해 물질
  • 심리적 스트레스

이 목록은 여러 연구를 종합한 것이며, 각 요인이 어느 정도로 염증을 높이는지는 사람과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식사와 장내 미생물의 관계는 초가공식품과 장내 미생물 글에서, 움직임과 몸의 신호는 마이오카인 글에서 다룹니다.

CRP 검사가 알려 주는 것

C반응성 단백(CRP)은 염증이 있을 때 간이 만들어 혈액으로 내보내는 단백질입니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MedlinePlus)의 설명에 따르면, CRP 검사는 몸에 염증이 얼마나 있는지는 보여 주지만 무엇이 원인인지, 어디에서 생겼는지는 알려 주지 않습니다. 감염, 자가면역 질환, 염증성 장질환 외에도 흡연, 비만, 불면, 우울, 폐경기 호르몬 치료 등과도 관련해 수치가 오를 수 있습니다.

아주 작은 변화까지 재는 고감도 CRP(hs-CRP) 검사는 심장 질환 위험을 평가하는 데 씁니다. 일반 CRP와 고감도 CRP는 같은 단백질을 재지만 쓰임이 다르므로, 결과는 다른 검사와 증상, 병력과 함께 의사가 해석해야 합니다.

염증을 낮추면 병이 줄어드는가

염증이 질병과 함께 나타난다는 것과, 염증을 낮추면 질병이 줄어든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질문에 답한 대표적인 연구가 2017년 발표된 CANTOS 임상시험입니다. 심근경색을 겪었고 고감도 CRP가 2mg/L 이상인 환자 10,061명에게 염증 물질 인터루킨-1β를 겨냥한 항체 주사(카나키누맙)를 투여했습니다.

150mg 용량군에서는 콜레스테롤 수치 변화 없이 심혈관 사건 재발이 위약보다 약 15% 적었습니다. 염증 자체가 심혈관 질환의 원인 경로 중 하나라는 가설을 뒷받침한 결과입니다. 그러나 치료군에서는 치명적 감염이 더 많았고, 전체 사망률에는 차이가 없었습니다. 염증은 줄일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몸을 지키는 기능과 맞물려 있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아직 모르는 것과 진료가 필요할 때

만성 염증을 한 번에 정확히 진단하는 표준 검사는 아직 없고, 어떤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염증이 문제가 되는지도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항염 식품’이나 ‘염증 제거’를 내세우는 문구는 대부분 이 단계의 근거를 넘어섭니다.

설명되지 않는 발열이나 체중 감소, 몇 주 이상 이어지는 관절 통증과 붓기, 계속되는 설사나 혈변, 이유를 알 수 없는 피로가 있다면 염증성 질환을 확인하기 위해 진료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검진에서 CRP가 높게 나왔다면 다시 측정할지, 추가 검사가 필요한지 의사와 상의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만성 염증은 어떤 증상이 있나요?

만성 저등급 염증은 뚜렷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증상만으로 알기 어렵고, 열·통증·붓기가 오래가거나 원인 모를 피로와 체중 변화가 있다면 진료를 받아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CRP 수치가 높으면 무조건 만성 염증인가요?

아닙니다. CRP는 감염 같은 일시적 염증에서도 오르고, 흡연·비만·불면 등과도 관련됩니다. 염증의 양을 보여 줄 뿐 원인과 위치는 알려 주지 않으므로 의사가 다른 정보와 함께 해석합니다.

급성 염증과 만성 염증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급성 염증은 감염이나 상처에 대한 짧고 뚜렷한 방어 반응입니다. 만성 염증은 가라앉지 않고 낮은 강도로 오래 이어지는 상태로, 뚜렷한 신호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참고 자료

  1. Medzhitov R. Origin and physiological roles of inflammation. Nature. 2008
  2. Furman D, Campisi J, Verdin E, et al. Chronic inflammation in the etiology of disease across the life span. Nat Med. 2019
  3. Franceschi C, Garagnani P, Parini P, Giuliani C, Santoro A. Inflammaging: a new immune-metabolic viewpoint for age-related diseases. Nat Rev Endocrinol. 2018
  4. MedlinePlus (US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C-Reactive Protein (CRP) Test
  5. Ridker PM, Everett BM, Thuren T, et al. Antiinflammatory therapy with canakinumab for atherosclerotic disease. N Engl J Med.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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