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산업의 이익 구조
저자는 만성질환이라는 강물의 발원지가 병원이 아니라 마트라고 말합니다. 2024년 국내 식품산업 생산실적은 114조 8천억 원으로, 그 성장의 엔진은 초가공식품과 간편식입니다. 단맛에 길든 입맛은 평생 이어지고, 실제로 30세 미만 2형 당뇨병은 2008년부터 2021년 사이 네 배로 늘었습니다.
식품첨가물은 품목마다 따로 안전성을 시험하지만, 사람은 하루에 수십 가지를 함께 먹습니다. 이 복합 섭취의 안전성 검증은 법적 의무가 아니라는 점을 책은 지적합니다.
만성질환 의료 시장의 규모: 삼성전자에 맞먹는 병
2024년 경상의료비 213조 원 가운데 만성질환에 쓰인 돈이 80.3퍼센트, 연 171조 원입니다. 건강에 쓰는 돈 다섯 푼 중 네 푼이 낫지 않는 병으로 들어가는 셈입니다. 순환계통 질환 진료비가 14조 원, 암이 10조 7천억 원, 고혈압 4조 5천억 원, 2형 당뇨병 3조 2천억 원입니다.
성장에는 다섯 원천이 있습니다. 고령화(2025년 65세 이상 인구 20.3%), 생활습관병의 확산, 조기 진단의 확대, 진단 기준의 완화, 그리고 부작용이 부르는 추가 처방입니다.
혜택을 보는 집단: 제약사, 병원, 검사기관
책은 먼저 이 장이 누구를 악당으로 지목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합니다. 대부분의 의료인과 연구원은 성실하며, 문제는 개인의 선의가 놓인 구조라는 것입니다.
평생 복용하는 만성질환 약은 구독 모델과 닮았고, 2024년 국내 상위 50개 제약사의 매출은 24조 원을 넘었습니다. 행위별 수가 구조에서는 진료하고 검사하고 처방할수록 수익이 오르지만, 예방 상담과 생활습관 교육에는 값을 매길 항목조차 없습니다. 연 4조 5천억 원 규모의 건강검진 시장에서는 이상 소견이 정밀검사로, 다시 추가 검사로 이어집니다.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은 물의 잘못이 아니다. 지형이 그렇게 생겼을 뿐이다.
손실을 보는 집단: 환자, 가족, 국가
책은 환자 한 사람의 평생 값을 직접 계산해 봅니다.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항목, 혈당측정기와 소모품, 건강기능식품까지 더하면 당뇨 환자는 한 해 150~250만 원을 쓴다고 보고, 쉰에 진단받아 여든까지 산다면 30년 동안 6천만 원, 고혈압까지 겹치면 1억 원을 넘긴다고 추산합니다. 집 한 채 값에 버금가는 돈이 병을 관리하는 데 조용히 새어 나간다는 것입니다.
환자는 여기에 병원을 오가는 시간과 일할 능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비용을 더 치릅니다. 가족은 값을 매기지 않는 간병 노동을 떠안고, 그 스트레스가 또 다른 병이 되기도 합니다.
마지막 청구서는 국가에 갑니다. 2024년 의료비 213조 원 가운데 정부와 건강보험이 떠안은 몫이 127조 7천억 원, 59.9퍼센트였습니다.
건강보험의 붕괴 위기: 2030년 시나리오
한국보건행정학회지에 실린 추계에 따르면 현재 추세가 이어질 때 2033년 국민의료비는 560조 9천억 원으로, 2023년의 2.5배입니다. 정부가 가격을 강하게 조정하는 시나리오에서도 424조 3천억 원입니다.
저자는 이 악순환이 끊기지 않는 이유를 세 가지로 봅니다. 공급자의 이익과 환자의 이익이 어긋나는 주인 대리인 문제, 환자가 필요한 검사와 약을 판단하기 어려운 정보의 비대칭, 그리고 예방의 성과는 20년 뒤에 오는데 정치의 시간은 4~5년이라는 시간의 어긋남입니다.
예방의학의 경제학: 1원 투자의 10원 효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2020년 분석은 예방 프로그램에 1달러를 넣으면 의료비 5.6달러가 절감된다고 봅니다. 병이 생기기 전에 막으면, 생긴 뒤에 드는 비용 전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발생하지 않은 합병증, 청구되지 않은 입원비, 팔리지 않은 평생약이 그 몫입니다.
책은 지금의 건강검진은 병을 더 일찍 찾는 일에 가깝지, 병이 생기지 않게 하는 일은 아니라고 구분합니다. 진짜 예방은 검사실이 아니라 식탁과 생활습관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시스템 복원이 경제적 해법인 이유: 두 갈래의 미래
저자는 증상 억제와 평생 관리 중심의 치료 경제와, 생활습관과 몸의 환경을 되살리는 예방·복원 경제를 나란히 놓습니다. 변화에 저항하는 쪽의 계산도 합리적인 경제 행동으로 인정하되, 제약사는 예방 솔루션으로, 병원은 건강관리 서비스로 새 문을 열 수 있다고 봅니다.
CDC 분석의 수익률을 한국에 대입한 저자의 계산으로는, 예방과 시스템 복원에 10조 원을 들이면 70조 원의 의료비를 아낄 수 있습니다. 관성의 길과 방향을 트는 길, 그 선택이 다음 세대의 곳간을 가른다는 것이 이 장의 결론입니다.
이 장에서 답하는 질문
한국에서 만성질환에 쓰는 의료비는 얼마인가요?
책이 인용한 통계로 2024년 경상의료비 213조 원 가운데 80.3%, 연 171조 원이 만성질환에 쓰였습니다. 순환계통 질환 14조 원, 암 10조 7천억 원이 큰 몫입니다.
건강보험 재정은 앞으로 어떻게 되나요?
한 추계는 현재 추세라면 2033년 국민의료비가 560조 9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봅니다. 저자는 보험료율 인상과 본인부담 증가, 의료 양극화를 우려합니다.
제약사와 병원이 일부러 병을 키운다는 이야기인가요?
아닙니다. 책은 이 장에 악당은 없다고 말합니다. 진료와 처방에는 보상이 붙고 예방에는 붙지 않는 인센티브 구조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예방은 정말 경제적인가요?
미국 CDC의 2020년 분석은 예방 프로그램 1달러가 의료비 5.6달러를 줄인다고 봅니다. 저자는 이를 근거로 예방과 시스템 복원을 투자로 보자고 제안합니다.
책의 참고문헌
- 질병관리청, "2025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 2025.
-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 "2024년 경상의료비 통계", e-나라지표, 2025.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2024 식품산업 생산실적", 2025.
-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30세 미만 2형 당뇨병 유병률 연구", 2025.
- U.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Fast Facts: Health and Economic Costs of Chronic Conditions", 2026.
- 정형선 외, "한국 국민의료비 및 구성항목의 미래 추계: 2024-2033의 10년 추이", 한국보건행정학회지, 2025.
- 메디포뉴스, "주요 국내 제약사, 2024년 매출 24조 돌파", 2025.3.18.
- 대한종합건강관리학회, "국내 건강검진 시장 규모 조사", 메디칼타임스, 2024.
- U.S.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Prevention Return on Investment", 2020.
- 로버트 러프킨, 유영훈 옮김, 『내가 의대에서 가르친 거짓말들』, 정말중요한, 2024. (원제: Lies I Taught in Medical Schoo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