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성: 몸이 스스로 균형을 찾는 원리
한여름 산행에도 한겨울 추위에도 체온은 36.5도 근처에 머뭅니다. 1932년 생리학자 월터 캐넌이 항상성이라 이름 붙인 자동 조절 덕분입니다. 몸은 체온뿐 아니라 혈압, 혈당, 혈액의 산도까지 수십 가지 숫자를 동시에 붙듭니다. 베인 손가락이 지혈, 염증, 재건을 거쳐 저절로 아무는 것도 그 증거입니다.
그렇다면 왜 당뇨와 고혈압은 스스로 낫지 않을까요. 저자는 만성질환이 바로 이 항상성 자체가 무너진 상태라고 답합니다. 센서가 망가진 온도조절기처럼, 고쳐야 할 것은 방 온도가 아니라 센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땀을 내고 혈관을 열고 상처를 메우는 이 모든 조절에는 반드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 에너지를 만드는 곳이 세포 속 발전소, 미토콘드리아입니다.
약은 방 온도를 억지로 낮춘다. 시스템 복원은 센서를 고친다.
미토콘드리아와 암: 발전소가 꺼진 세포는 무엇을 하는가
1920년대 독일의 생화학자 오토 바르부르크는 암세포가 산소가 있어도 미토콘드리아를 거의 쓰지 않고, 포도당을 비효율적으로 발효시키는 데 매달린다는 사실을 관찰했습니다. 오늘날 바르부르크 효과라 부르는 현상입니다. 그는 암의 근본 원인이 미토콘드리아, 곧 대사의 손상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저자는 암을 유전자 돌연변이의 병으로 보는 관점이 여전히 강력하고 표적 항암제도 그 덕분에 나왔다고 인정합니다. 다만 그 틀로 설명되지 않는 구멍을 들며, 토머스 사이프리드의 『암은 대사질환이다』와, 에너지 대사의 뒤틀림을 암의 핵심 특징으로 꼽은 연구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분명히 선을 긋습니다. 발전소만 고치면 낫는다는 식의 단정은 위험하며, 여전히 활발히 논쟁 중인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책은 유전자와 대사가 대립이 아니라 서로를 부추기는 관계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며, 대사의 붕괴가 암의 발생과 진행에 깊이 관여한다는 관점이 근거를 얻고 있다는 데까지만 말합니다. 암조차 한 부위의 사건이 아니라 세포 수준에서 시작된 시스템 붕괴의 한 얼굴일 수 있다는 것이 이 절의 요지입니다.
산화 스트레스와 항산화 균형
잘라 둔 사과가 갈색으로 변하듯 우리 세포도 매일 조금씩 녹습니다. 범인은 미토콘드리아가 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대사의 매연, 활성산소입니다. 그렇다고 활성산소가 무조건 악당은 아닙니다. 면역세포의 무기이자 세포끼리의 신호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균형입니다. 정상적인 대사에 더해 자외선, 담배, 술, 미세먼지, 산화된 기름으로 조리한 음식이 매연을 늘리고, 만성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이 글루타치온 같은 청소부의 손발을 묶으면 산화 스트레스가 됩니다. 손상된 미토콘드리아가 매연을 더 뿜는 악순환이 노화와 대사 붕괴를 깊게 한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그래서 해법은 두 가지로 모입니다. 정제당, 초가공식품, 과식, 만성 스트레스처럼 발전소를 혹사하는 것을 줄여 매연을 덜 만들고, 색이 진한 채소와 베리, 견과 같은 자연식과 충분한 잠, 적당한 운동으로 청소부를 강화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영양제보다 음식이 먼저라고 덧붙입니다.
제3형 당뇨병: 뇌도 대사병을 앓는다 (아밀로이드 가설의 균열)
지난 30년간 알츠하이머의 표준 설명은 아밀로이드 베타였습니다. 저자는 이 가설의 균열을 세 가지로 정리합니다. 인지 기능이 멀쩡한 고령자 상당수에서도 아밀로이드가 쌓여 있었고, 아밀로이드를 없애는 약들이 진행을 막지 못했으며, 가설의 초석이 된 2006년 논문은 이미지 조작 정황이 드러나 2024년 철회되었습니다. 다만 아밀로이드가 무관하다는 뜻은 아니라고 덧붙입니다.
대안으로 소개되는 것이 뇌의 인슐린 저항, 이른바 제3형 당뇨병입니다. 뇌에서 인슐린은 혈당만이 아니라 기억과 학습, 신경세포의 에너지 관리에 관여하므로, 뇌가 인슐린에 귀를 닫으면 신경세포는 신호와 에너지를 함께 잃는다는 설명입니다.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에게서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높게 나타난다는 관찰도 이 관점을 뒷받침합니다. mTOR와 아밀로이드의 악순환을 다룬 연구, 아밀로이드보다 뇌 미세혈관 기능이 먼저 무너진다는 연구도 함께 듭니다. 저자는 이것이 아직 논쟁적 가설이며 치료법이 아니라 관점의 전환이라고 분명히 적습니다.
그럼에도 이 흔들림은 희망의 방향을 바꾼다고 봅니다. 뇌는 몸 전체 에너지의 5분의 1을 홀로 쓰는 기관이고, 뇌 질환의 뿌리에 대사와 혈류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다룰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이 장의 네 이야기는 결국 하나의 단어, 대사로 모입니다.
이 장에서 답하는 질문
제3형 당뇨병이란 무엇인가요?
알츠하이머를 뇌에서 일어나는 인슐린 저항으로 보자는 가설입니다. 2008년 브라운 의대 연구진이 이름 붙였으며, 공식 진단명이 아니고 학계에서 여전히 논쟁 중인 개념이라고 책은 밝힙니다.
바르부르크 효과란 무엇인가요?
암세포가 산소가 충분해도 미토콘드리아를 거의 쓰지 않고 포도당을 발효시켜 에너지를 얻는 현상입니다. 오토 바르부르크가 1920년대에 관찰했습니다.
암은 당을 끊으면 낫나요?
책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답합니다. 정상 세포도 포도당이 필요하고 암 대사는 훨씬 복잡하며, 암은 여러 전문 분야가 함께하는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한 병이라고 설명합니다. 치료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의해야 합니다.
활성산소는 무조건 나쁜가요?
아닙니다. 면역세포가 세균을 죽이는 무기이자 세포 사이의 신호이기도 합니다. 문제는 발생량이 몸의 청소 능력을 넘어서는 산화 스트레스 상태입니다.
당뇨를 잘 관리하면 치매를 막을 수 있나요?
저자는 막을 수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다만 대사 건강을 젊을 때부터 지키는 것이 뇌 건강과 무관하지 않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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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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