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d(혈류): 대사의 배달길, 골목이 막히면 세포가 굶는다
혈압도 혈당도 큰 혈관도 정상인데 발가락 끝이 거뭇하게 죽어 가던 문씨. 무너진 곳은 큰길이 아니라 집 앞 골목, 곧 모세혈관이었다. 대동맥이 고속도로라면 모세혈관은 집집마다 실처럼 이어지는 마지막 골목이다. 머리카락보다 가늘지만 다 이으면 약 10만 킬로미터로 추정되고, 연료와 산소를 들이고 노폐물을 실어 내는 진짜 배달이 여기서 이루어진다.
고속도로가 막히면 심장마비나 뇌졸중처럼 요란하지만, 골목은 소리 없이 하나씩 잠긴다. 혈압약과 스타틴은 큰길을 겨눌 뿐 골목에는 닿지 못한다. 수치가 정상이라는 말과 골목이 뚫려 있다는 말은 같은 말이 아니다.
골목을 여는 열쇠는 혈관 안쪽 벽이 스스로 만드는 산화질소다. 혈관을 넓히고, 피가 엉기는 것을 막고, 염증을 가라앉힌다. 이 물질을 밝힌 세 과학자는 199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피가 벽을 힘차게 스칠수록 더 만들어지지만, 대체로 40대부터 생산이 줄고 당화, 활성산소, 운동 부족이 이를 거든다. 가장 손쉬운 출발점은 조금 숨이 차게 걷는 것이다. 한여름에도 손발이 차고 상처가 더디 아문다면, 몸의 가장 먼 골목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수치가 정상이라는 말과 골목이 뚫려 있다는 말은 결코 같은 말이 아니다.
Antioxidant(항산화): 대사가 내뿜는 매연을 가려서 치운다
우리는 살기 위해 산소를 마시지만, 그 산소가 우리를 천천히 녹슬게 한다. 활성산소는 대부분 세포가 연료를 태우는 바로 그 자리에서 생긴다. 대사와 산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만성질환의 몸에서는 매연이 늘고 청소부는 지친다. 녹은 다시 혈관의 산화질소 공장과 세포의 발전소를 무디게 만드는 악순환을 부른다.
그렇다고 다 없애면 안 된다. 운동으로 잠깐 늘어나는 활성산소는 세포가 스스로 강해지라는 신호이고, 면역세포는 활성산소를 무기로 쓴다. 고용량 항산화 보충제를 모은 분석에서 사망을 줄이기는커녕 일부에서 위험을 높였다는 결과가 나온 것도 이 때문으로 해석된다. 좋은 항산화는 독한 것만 골라 치우는 선별 청소이고, 세포 깊은 곳과 뇌까지 닿는 침투력도 갖춰야 한다. 매연을 치우면 혈관, 호르몬 수용체, 면역세포가 함께 숨통을 튼다.
Hormone(호르몬): 대사의 지휘자, 인슐린이라는 마스터 스위치
같은 밥 한 공기가 누구에겐 힘이 되고 누구에겐 뱃살이 된다. 인슐린이 말하는 것은 하나, "지금은 저장할 때다"이다. 단 음식과 정제 탄수화물로 인슐린이 쉴 새 없이 나오면 세포가 문을 잘 열지 않게 되는데, 이것이 인슐린 저항성이다. 스위치가 저장에 붙박이면 지방간, 혈압 상승, 염증, 혈관 손상이 따르고, 뇌의 인슐린 저항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갑상선 호르몬, 렙틴과 그렐린, 성호르몬, 코르티솔도 결국 인슐린과 손을 잡고 있다.
좋은 소식은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강도 높은 생활습관 개입만으로 제2형 당뇨가 상당 부분 관해된 사례가 대규모 연구에서 보고되었다. 호르몬은 밖에서 넣어주는 것만으로는 지휘자를 다시 세우지 못한다. 혈류가 인슐린과 포도당을 세포 앞까지 나르고, 항산화가 수용체를 지키고, 면역이 염증의 방해를 걷어낼 때 인슐린은 다시 제 목소리를 낸다.
Immunity(면역): 대사 환경의 파수꾼, 군대도 배가 고프면 진다
면역세포도 밥을 먹는다. 전투에 들어가는 순간 대사 방식을 바꿔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끌어 쓴다. 혈당이 오래 높으면 순찰 능력이 떨어져 작은 상처도 잘 곪는다. 반대로 내장지방은 끊임없이 작은 염증 신호를 뿜어, 다친 데도 없는데 꺼지지 않는 잔불을 만든다. 이 잔불이 혈관벽을 갉고 인슐린 신호를 방해하며 악순환을 완성한다.
그래서 면역의 목표는 강화가 아니라 균형이다. 적에게는 강하게, 제 몸에는 관대하게. 면역세포의 약 80%가 장 주변에 모여 있고, 장 미생물이 면역세포의 훈련 교관 노릇을 한다. 항생제 남용, 가공식품, 스트레스로 이 생태계가 무너지면 훈련이 엉망이 된 면역이 오발을 시작한다. 면역 복원의 출발점이 늘 장인 이유다.
네 기둥을 꿰는 하나의 실, 대사
오래 앉아 지내고 단것을 즐긴 사람을 떠올려 보자. 인슐린이 저장에 붙박이면 뱃살이 잔불을 뿜고, 그 활성산소가 산화질소 공장을 녹슬게 해 골목이 잠기고, 굶은 세포는 다시 인슐린을 지치게 한다. 무너질 때 연쇄였듯 되살아날 때도 연쇄다. 골목이 열리면 매연이 덜 쌓이고, 매연이 걷히면 인슐린 수용체가 살아나고, 인슐린이 편해지면 잔불이 잦아든다. 그래서 넷 중 하나만 고르지 않고 함께 복원한다. 저자는 대사라는 렌즈도 하나의 모형이며 계속 근거를 쌓으며 걸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 장에서 답하는 질문
혈압약을 잘 먹고 있는데도 미세순환이 막힐 수 있나요?
책은 그럴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혈압약은 큰 혈관의 압력을 낮추는 약이고, 혈압 수치도 큰 혈관의 흐름을 잰 것입니다. 수치가 정상이어도 모세혈관이라는 골목은 막혀 있을 수 있습니다. 약을 바꾸거나 줄이는 일은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산화질소는 어떻게 늘릴 수 있나요?
산화질소는 피가 혈관 벽을 스치는 힘에 반응해 만들어집니다. 책은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특히 하루 20~30분 조금 숨이 차게 걷는 것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 꼽습니다.
항산화 영양제는 많이 먹을수록 좋은가요?
아닙니다. 어떤 활성산소는 면역과 세포 신호에 꼭 필요합니다. 고용량 항산화 보충제를 모은 분석에서 일부 위험이 높아졌다는 결과도 있습니다. 책의 원칙은 많이가 아니라 음식으로 고르게, 고용량 단일 성분은 전문가와 상의입니다.
인슐린 저항성은 되돌릴 수 있나요?
책은 되돌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강도 높은 생활습관 개입만으로 제2형 당뇨가 상당 부분 관해된 사례가 대규모 연구에서 보고되었습니다. 공복혈당과 허리둘레를 기록하며 변화를 보는 것을 권합니다.
면역력은 높일수록 좋은가요?
책은 면역의 목표를 강화가 아니라 균형으로 봅니다. 면역이 너무 약하면 감염과 비정상 세포를 놓치고, 너무 사나우면 자가면역과 알레르기, 만성 염증으로 이어집니다. 그 균형의 본부로 장을 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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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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