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이란 무엇인가?
만성질환은 한마디로 오래가는 병이다. 3개월 이상 이어지며 대부분 평생 안고 간다. 한때 성인병이라 불렸지만 이제는 잘못된 생활습관이 만든 결과라는 뜻에서 생활습관병이라 부른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사망의 74%가 만성질환 때문이고, 한국은 2024년 기준 65세 이상의 84~90%가 만성질환을 앓는다. 만성질환 관리에는 건강보험 총지출의 70% 이상이 들어간다.
저자는 발상을 뒤집자고 말한다. 높은 혈압과 잡히지 않는 혈당은 결과다. 그 이면에는 무너진 혈액순환, 꺼지지 않는 만성 염증, 활성산소, 약해진 면역이 얽혀 있다. 제이슨 펑, 로버트 러프킨, 케이시 민스, 피터 아티아처럼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의사와 연구자들도 같은 결론에 모인다. 암, 당뇨, 알츠하이머, 심장병은 대사라는 한 뿌리에서 갈라진 가지라는 것이다.
대사는 음식을 에너지로 바꾸고 그 에너지로 세포를 살리고 고치고 지키는, 생명의 가장 밑바닥 작동 원리다. 저자는 인슐린 저항,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만성 염증, 미세혈관 손상이 이미 실험실에서 수없이 확인된 현상이며, 아직 남은 것은 이 조각들을 하나의 그림으로 묶는 관점이 주류 의학의 표준이 되는 일뿐이라고 설명한다. 병을 장기별로 쪼개어 보는 낡은 지도로는 만성질환이라는 미로를 빠져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약은 증상을 눌러놓을 뿐, 회복시키지 못한다
엔진이 과열됐는데 경고등 전구를 뽑아 버리면 계기판은 깨끗해진다. 저자는 만성질환 약물 치료를 이 장면에 빗댄다. 혈압약은 수치를 내리지만 혈관이 왜 좁아지고 딱딱해졌는지는 묻지 않는다. 당뇨약은 혈당을 낮추지만 세포가 인슐린에 문을 열지 않는 인슐린 저항성은 그대로 남는다. 그래서 약을 끊으면 수치는 다시 오른다.
저자는 40년 넘게 여러 약을 성실히 드신 어머니의 이야기를 꺼낸다. 소화제 한 알에서 시작해 약이 대여섯 종류로 늘었지만 어느 병도 나은 적이 없었다고 그는 돌아본다. 동시에 약이 필요한 순간은 분명히 있다고 강조한다. 응급과 급성 질환, 생명을 구해야 할 때다. 이 책은 약을 거부하라는 책이 아니라, 평생 먹는 약이라면 경고등만 끄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자는 책이다.
이 책은 약을 무조건 거부하라는 책이 아니다.
부작용의 연쇄: 약이 또 다른 만성질환을 만든다
혈압약 한 알이 다리를 붓게 하고, 부기를 빼려 이뇨제를 더하고, 빠진 칼륨을 채우려 보충제를 더하는 식으로 한 알이 여덟 알이 된다. 이것이 약물 연쇄다. 다섯 가지 이상을 함께 먹는 다약제 복용에서는 약물 상호작용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저자는 스타틴을 예로 들어, 독립 연구에서 근육통 호소가 최대 29%까지 보고되었고 미토콘드리아에 필요한 코엔자임 Q10 합성까지 막는다고 설명한다.
항생제 내성과 슈퍼박테리아의 위협
2050년에는 항생제가 듣지 않는 감염으로 한 해 1,000만 명이 숨질 수 있다는 예측이 있다. 항생제를 쓰면 견디는 소수의 세균이 살아남아 번식하고, 세균은 사람이 새 약을 만드는 속도보다 빨리 진화한다. 바이러스 질환인 감기에 항생제를 쓰는 일처럼 우리는 이 무기를 헤프게 써 왔다. 저자의 질문은 같다. 왜 애초에 감염에 이토록 취약해졌는가, 면역이라는 성벽이 무너진 것은 아닌가.
스테로이드의 달콤한 함정
스테로이드는 부신 호르몬 코르티솔을 흉내 낸 약으로, 피부 염증과 천식과 관절 통증을 빠르게 가라앉힌다. 그러나 오래 쓰면 몸이 스스로 호르몬을 만드는 능력이 떨어지고, 골다공증, 스테로이드성 당뇨, 면역 억제 같은 대가가 따른다. 저자는 그래서 끊기도 계속 쓰기도 어려운 함정이라고 부르며, 염증을 부추기는 음식과 환경을 줄이는 느린 길을 함께 이야기한다.
의료 전문가들은 왜 자기 가족에게 다르게 하는가
의사나 약사인 부모는 아이가 감기에 걸리면 대개 해열제 정도만 챙기고 물을 먹이며 지켜본다. 감기는 바이러스 질환이고 대부분 몸이 스스로 이겨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를 두고 의사를 탓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배운 대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고, 문제는 개인의 악의가 아니라 시스템의 관성이라는 것이다.
의사와 환자 사이, 신뢰는 어디서 무너졌나
한국의 진료실 평균 대면 시간은 3분 안팎이다. 하루 수십 명을 봐야 유지되는 진료 구조와 상담·예방보다 검사·처치에 보상이 주어지는 수가 체계 속에서, 환자는 묻고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시를 따르는 수동적 존재가 되었다. 저자의 결론은 환자 주도권이다. 자기 병과 약을 공부하고, 질문하고, 중요한 결정 앞에서는 제2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다.
이 장에서 답하는 질문
만성질환이란 무엇인가요?
3개월 이상 이어지며 대부분 평생 안고 가는 병입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관절염, 암, 심장병, 뇌졸중이 여기에 속하며, 예전에는 성인병, 지금은 생활습관병이라고도 부릅니다.
만성질환 약은 왜 평생 먹어야 하나요?
책의 설명에 따르면 혈압약·당뇨약·고지혈증약은 수치를 조절할 뿐 그 수치가 오른 근본 원인은 건드리지 못하기 때문에, 약을 끊으면 수치가 다시 올라갑니다. 약을 바꾸거나 끊는 일은 반드시 담당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
약물 연쇄(처방 연쇄)란 무엇인가요?
한 약의 부작용을 잡으려 다른 약을 더하고, 그 약이 다시 부작용을 낳아 약이 계속 늘어나는 현상입니다. 다섯 가지 이상을 함께 먹는 다약제 복용에서는 상호작용을 예측하기 어려워집니다.
이 책은 만성질환의 뿌리를 무엇으로 보나요?
대사의 붕괴로 봅니다. 인슐린 저항, 미토콘드리아 기능 저하, 만성 염증, 미세혈관 손상이 얽히며 몸 전체 시스템이 무너지고, 그 결과가 서로 다른 병명으로 드러난다는 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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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참고문헌
- [2] World Health Organization. Noncommunicable diseases (fact sheet). WHO; 2023.
- [3] 통계청, 질병관리청. 고령자 만성질환 유병 현황. 2024.
- [4]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 주요통계. 2023.
- [5] Fung J. The Obesity Code. Greystone Books; 2016. (아울러 The Diabetes Code. Greystone Books; 2018. The Cancer Code. Harper Wave; 2020.)
- [6] Lufkin R. Lies I Taught in Medical School. BenBella Books; 2024.
- [7] Means C. Good Energy: The Surprising Connection Between Metabolism and Limitless Health. Avery; 2024.
- [8] Attia P, Gifford B. Outlive: The Science and Art of Longevity. Harmony; 2023.
- [10] Ward NC, Watts GF, Eckel RH. Statin toxicity: mechanistic insights and clinical implications. Circ Res. 2019;124(2):328-350.
- [11] O'Neill J, et al. Tackling drug-resistant infections globally: final report and recommendations. Review on Antimicrobial Resistance; 2016.
